Rinny’s Food Diary V2

5. 노브라와 고추튀김

ノーブラと唐辛子の天ぷら

"너 지금 뭐해? 나 오늘 우울한데 우리 만나자."

“今何してる?私今日落ち込んでるの。ちょっと付き合って。“

밤 10시, 집에서 고등학교 친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그녀가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夜の10時、高校の友達からかかってきた電話は呼び出しの電話だった。

"나 지금 브라도 안 입었는데?"

"그냥 뭐 하나 걸치고 나와."

”私今ノーブラだよ。“

”適当になんか羽織って出てきなよ。“

나는 무언가 하나를 걸치고 집에서 나와 시내로 나가는 버스에 올랐다. 새벽녘 첫 차인 것처럼 버스 안에는 사람도 없고 창밖도 어두웠다. 브라를 안 입었더니 흔들리던 젖니 하나가 빠진 것처럼 가슴이 뭔가 시린게 부재가 낯설었지만 너무나 개운했다. 나는 웃옷을 촘촘하게 여미며 친구가 보낸 카톡을 확인했다.

私は適当なものをはおり家を出て市内行きのバスに乗った。明け方の始発のように車内には客もおらず窓の外も暗かった。ブラジャーを着けないとぐらぐらしていた乳歯が抜けたように胸のあたりがなんか寂しく慣れない感じもあったけどとてもすがすがしい。私は上着をしっかりしめながら友達からのカカオトークを確認した。

식당에 도착하니 포차에나 있는 가운데가 구멍난 빨간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기본 안주 과자와 종이컵이 놓여있었다. 나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빼면서 자리에 앉았다.

店に着くと屋台にありそうな真ん中に穴の開いた赤いプラスチックのテーブルの上に付け出しのお菓子と紙コップが置いてあった。私は背もたれのない椅子を引いて席についた。

"언니도 왔네."

"얘가 우울하다고 나도 불렀어."

“姉ちゃんも来てたの。”

“この子落ち込んでるからって、私も呼び出したのよ。”

우울한 친구와 언니는 메뉴도 이미 주문했다고 했다. 평일밤이었지만 분식집은 활기가 넘쳤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분명 모두 우울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부른 친구들일 것이다.

落ち込んでる友達と姉ちゃんはすでに注文済みだという。平日の夜なのに粉食店は活気にあふれる。ここに集まった人々はきっとみんな落ち込んだ人々とその人が呼んだ友達だろう。

내 친구 우울함의 발단은 결혼 준비였다. 그녀는 안주로 나온 과자를 하나씩 씹어먹으며 미국에 있는 남자친구 얘기부터 꺼냈는데 그녀의 이야기는 고추튀김에 이어 떡볶이가 나오면서 점점 무르익었다. 고추튀김은 바삭했고, 꾹꾹 누른 고기 소가 고추 안에 알차게 담겨있었다. 떡볶이는 콩나물과 부추가 푸짐하게 얹혀 나왔다.

私の友達の憂鬱の発端は結婚準備だった。彼女はつまみのお菓子を一個ずつぱりぱりと食べながらアメリカにいる彼氏の話から切り出して、唐辛子の天ぷらに続きトッポキが出てきたころにはますます盛り上がった。唐辛子の天ぷらはサクッとあがって、具の肉がぎっしり詰まっていた。トッポキには大豆もやしとニラがたっぷりのせられていた。

친구의 고민은 언제나 해결해줄 순 없고 들어줄 수만 있다. 그녀 또한 말을 하면서 고추튀김 하나, 떡볶이를 한 개씩 먹으며 자신의 우울함을 집어삼켰다. 떡볶이 그릇에 떡은 사라지고 노란 콩나물 머리만 떠다니자 언니가 흐름을 끊었다.

友達の悩みはいつも解決してあげることはできず、できるのは聞いてあげることだけだ。彼女自身も語りながら唐辛子の天ぷらを一つ、トッポキを一つと食べて自分の憂鬱を飲み込んだ。お皿にトッポキはなくなり大豆もやしの黄色の豆だけが浮き上がるところで姉ちゃんが話を切り上げた。

"야, 이제 됐지? 좀 풀렸어?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자. 나 브라도 안 입고 나왔어."

“ねぇ、もういいよね。ちょっとすっきりした?明日仕事あるしそろそろ上がろうか。私ノーブラで来ちゃったのよ。”

언니의 말에 나도 그렇다고 했더니 우리는 서로 맨 가슴을 찔러보는 시늉을 하면서 킥킥댔다. 우울하다는 친구도 따라 웃었다. 우울을 통째로 삼켜버렸으니 그녀는 이제 괜찮아졌다. 소화를 하다보면 더 나아질 것이다.

姉ちゃんに私もそうって言って私たちはお互いの胸をつつくふりをしてくすくす笑った。落ち込んだ彼女も貰い笑いした。憂鬱をまるごと飲み込んだから彼女はもう大丈夫。消化が進んだらもっと良くなるだろう。

계산을 하고 나와 각자 집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튀김에 떡볶이까지 욱여넣은 배가 더 부룩했다. 택시가 네비를 따라 대로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접어들자 나는 걷잡을수 없이 우울해졌다. 늦은 밤 과식에 속도 안 좋았고, 고요하고 평화로워야 할 밤은 사라지고, 무엇보다 이런 상태로 내일 출근해야 할 생각에 더없이 우울해지는 것이다.

勘定を済ませて各々帰りのタクシーを呼んだ。天ぷらにトッポキまで押し込んで胃がもたれる。タクシーがカーナビに従って大通りから家のある路地に入ると果てしなく気が重くなった。遅い時間に食べすぎて胃はもたれ、静かで平和に過ごすはずだった夜は消え、何よりこんな状態で明日会社に行くと思うとまたとなく気分が沈んだ。

웃음은 전염되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지만 우울은 그저 전달될 뿐이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친구에게서 나에게로. 노브라로 밤에 함부로 나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이지 울적할 따름이다.

笑いは伝染するとか幸せは分け合えば倍になると言うけど憂鬱はただ伝わるだけだ。人から人へ。友達から私へ。ノーブラで夜むやみに出歩くんじゃなかったのに、本当に気が沈むのみだ。

6. 우육면사회관계망지표

얼마 전에 퇴사한 친구를 동네에서 만나 같이 밥이나 먹기로 했다.

この間会社を辞めた友達と近所で会って食事することにした。

나나 그 친구나 발이 넓기는 한데 스스로가 그은 경계선도 명확해서 서로가 꼭 필요할 때나 만나는 사이였다. 퇴사를 하면 수입이 줄어드니 외식을 하려면 돈을 벌고 있는 사람과 밥 약속을 잡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 필요에 의해 우리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私も彼も顔は広いけど自ら引いた境界線が明確でお互いに本当に必要な時だけ会うような間柄だった。会社を辞めると収入が減るので外食したい時はお金を稼いでいる人を誘うといいのでは、といった必要によって私たちは会うことになった。

밥은 내가 사는 거라 우리는 나의 동네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소룡포 만두와 우육면이 유명한 그 집의 메뉴판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는 그냥 누나가 알아서 시켜달라고 했다.

食事は私のおごりだったのでうちの近くで会うことにした。小籠包と牛肉麺で有名なその店のメニューをじっと眺めていた彼は私にまかすと言った。

"여기 소룡포 하나랑 새우 만두 하나랑 우육면이요. 너는 식사 메뉴 어떻게 할거야?"

"누나, 우육면도 먹어?"

“すいません。小籠包一つとエビ餃子一つ、あと牛肉麺ください。あなたメインは何にする?”

“姉ちゃん、牛肉麺食べるの?”

그는 식사 메뉴도 시키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우육면을 먹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우육면도 먹고, 쌀국수도 먹고, 칼국수도 먹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우육면은 내게 면 종류 중 하나인데 내가 우육면을 먹는 것에 그가 놀라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나 우육면 먹으면 안 되는 거야?

彼はメインの注文もせず、私に聞いた。私が牛肉麺を食べることに心底驚いている様子だった。私は牛肉麺も食べるしフォーも、カルグクスも食べる人なのだ。だから牛肉麺は好きな麺類の一つであって私が牛肉麺を食べるだけで驚く彼の方が変えておかしかった。私牛肉麺食べちゃいけない?

"나도 우육면 좋아해.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우육면 잘 못 먹더라고."

“僕も牛肉麺好きだよ。けど周りに牛肉麺ダメな人たちがいてさ。”

우육면을 좋아한다는 그는 식사 메뉴로 볶음면을 시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육면은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다. 차진 면발에 진한 사골국물을 붓고 고수로 향을 낸 얼얼한 국수를 사랑하거나 입술에 진득하게 들러붙는 고추기름과 고수 냄새를 못 견디거나.

牛肉麺が好きと言った彼は焼きそばを頼んだ。彼によると牛肉麺は好き嫌いが分かれる食べ物だ。しこしこした面に濃い目の牛コツスープを注ぎパクチーで香りを出したひりひりした味が好きか唇にへばりつくラー油とパクチーに匂いが耐えられないか。

무엇보다 친구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특정한 음식에 대해 가지는 호불호를 알고 있는 게 흥미로웠다. 우육면을 잘 못 먹는 주변 사람들이라니. 우육면을 잘 먹는 나의 주변 사람들과 성격이 많이 다를까? 성장 배경은? 여행을 해 본 나라들은?

何より周りの人の食べ物の好みが分かる彼が面白かった。牛肉麺がダメな周りの人達っていうのは牛肉麺をよく食べる私の周りの人間とは性格も結構違うのかな。生い立ちは?旅した国は?

우육면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쌀국수도 안 좋아할 수 있다. 고수가 들어가니까. 아니면 고수를 넣지 않은 쌀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같이 먹을 수도 있다. 우육면은 못 먹지만 우육면에 들어가는 천엽은 참기름에 콕콕 잘 찍어먹을 수도 있다. 무슨 차이가 정말 있을까. 문득 우육면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미각의 차이가 빚어낸 각자 성격의 만듦새가 궁금해졌다.

牛肉麺がダメな人はフォーも好きじゃないかも知れない。パクチーが入るから。あるいはパクチー抜きのフォーが大好きで毎日食べるかも。牛肉麺はダメでも牛肉麺に入るセンマイはごま油をつけてよく食べるかも。何の違いがあるんだろう。ふと牛肉麺への好き嫌いという味覚の差が醸し出した各々の性格の造りが知りたくなった。

우육면을 좋아한다면서 볶음면을 시킨 그는 결국 후회했다. 자기 접시에 놓인 면은 안 먹고, 내 우육면 국물만 홀짝홀짝 떠먹었다. 그러니까 우육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괜히 딴데로 새지 말고, 그냥 우육면을 시켜서 먹어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니까. 본성이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말이다.

牛肉麺が好きと言いながら焼きそばを頼んだ彼は結局後悔した。自分の皿の面は食べないで私の牛肉麺のスープばかりちびちびとすすっている。だから牛肉麺好きはいたずらに寄り道をせず、ただ牛肉麺を頼んで食べるべきだ。そうしないと気が済まないから。そういう人だから。

7. 빵과 커피의 취기

パンとコーヒーの酔い

엉덩이 푹신한 의자가 있는 아메리칸 다이너 느낌의 카페에 앉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듣는다.

ふかふかの椅子の置いてあるアメリカンダイナーっぽいカフェに座りスピーカーから流れるジャズを聞く。

갓 구워져 나온 무화과 캉파뉴와 핸드드립으로 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트레이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신맛이 미뢰를 돋우는 커피와 얼음 하나를 입안에 굴리며 노트북 뚜껑을 여는 순간,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焼きたてのイチジクのカンパーニュとハンドドリップのアイスコーヒーをトレイにのせて2階に上がる。酸味が味蕾を刺激するコーヒーと氷一つを口の中で転がしながらノートパソコンを開けると、自分が今しようとしてるのが何であれすべてが旨く生きそうな気がする。

옆자리에 앉은 커플은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끼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고 있다. 뒷 좌석에 앉아 비니를 쓴 남성은 맥북 프로로 영상 편집 작업을 하는 것 같다. 그들 테이블 위에는 모두 반쯤 마신 커피나 라떼의 머그에 갈색 띠가 둘러져 있다.

隣りの席のカップルはイヤホンを分け合いネットフリックスオリジナルをみている。後ろの席のビーニーをかぶった男はマックブックプロで映像の編集作業をしているようだ。彼らのテーブルの上にある飲みかけのコーヒーやラテのマグにはみんな茶色い帯がついている。

지금 내 앞에 노트와 펜이 있다면 괜히 글을 쓰고 싶을 것 같다. 친구가 앉아있다면 이번에 컴백한 아티스트 신곡의 바이브가 어떤 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지난 주 개봉한 영화가 감독의 전작에 비해 얼마나 더 형편없는지 '빈약한 메타포'와 '연출의 조악함'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평론가처럼 비평하고 싶다. 대화가 잠시 끊기고 침묵이 흐를 땐 무화과 캉파뉴를 먹는 타이밍이다. 빵껍질이 딱딱해 입천장을 까지만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된다.

今私の前にノートとペンがあったら無性に文章を書きたいだろう。友達が座っていたら今回新曲を出したアーティストの曲のバイブスについて話したい。先週公開された映画がその監督の前作に比べてどれほどつまらないかを“貧弱なメタファー”とか“粗悪な演出”といった言葉を使って評論家のように批評したい。会話が途切れてしばらく沈黙が流れたらイチジクのカンパーニュをつまむタイミングだ。パンの外側がかたくて口蓋が切れたら冷たいコーヒーを飲めばいい。

빵과 커피로 당과 카페인이 빠르게 퍼지는 이곳 카페는 토요일 오후의 나른한 취기가 맴돈다. 삼겹살과 소주, 치킨과 맥주, 플래터와 와인이 나오는 곳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취기. 빵과 커피만이 내뿜는 취기이다.

パンとコーヒーで糖とカフェインが素早く広がるここカフェには土曜日の午後のだるい酔いが漂う。サムギョプサルと焼酎、チキンとビール、プラッターとワインが出てくる所とは少し違う意味での酔い。パンとコーヒーだけが噴き出す酔いだ。

8. 방풍나물

防風ナムル

*설이 오기 전 일요일, 집에서 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お正月前の日曜日、家で家族と夕飯を食べた。

조용한 가운데 반찬 그릇만 분주히 식탁 위에 하나씩 놓였다. 명절 음식이랄 건 동태전과 나물류 몇 가지였다.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나물이 큰 접시 하나의 한 귀퉁이씩 차지했다. 고사리가 항상 인기가 제일 많았고, 나머지는 시금치 나물과 도라지 순이었다. 나는 아직도 도라지 나물을 밥과 같이 못 먹겠다. 인삼 한 입, 밥 한 입 느낌이랄까.

静かな中おかず皿が慌ただしく食卓に置かれているだけだ。おせち料理らしきものはタラのジョンといくつかのナムル類だった。わらびナムル、桔梗根ナムル、ほうれん草ナムルが大皿一枚の一角ずつを占めていた。わらびナムルがいつも一番の人気であとはほうれん草ナムル、桔梗根ナムルの順だった。私はいまだに桔梗根ナムルをご飯のおかずにするのが苦手。高麗人参一口にご飯一口って感じかな。

"락앤락에서 시금치 나물 좀 더 꺼내봐라."

아빠 말에 락앤락에서 시금치 나물을 접시에 옮겨 담으며 나도 나물의 쌉싸름한 향취가 꽤나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거 시금치 나물 아니야. 방풍 나물이야." 아빠 말을 듣던 엄마가 말했다.

"뭐? 시금치 나물이 아니라고?"

아빠와 내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이파리 부분이 둥글넓적한 게 왠지 시금치처럼 안 생겼다고 생각은 했는데 '초록색 나물 무침' 은 당연히 시금치일 것이라고 등호를 같다 붙인 게 실례였다.

“ほうれん草ナムルもうちょっと出してもらおうか。”

お父さんの言葉に保存容器からほうれん草ナムルを出して盛りかえながら私もナムルのほろ苦い味わいが結構うまいかもと思った。

“それほうれん草ナムルじゃないわよ。防風ナムルなの。”お父さんの話を聞いてお母さんが言った。

“え、ほうれん草ナムルじゃないの?”

お父さんと私はほぼ同時に叫んだ。葉っぱのところが丸く平たくて何となくほうれん草っぽくないとは思ったけど“緑色のナムル”と言えばほうれん草だろうとイコールを付けたのが失礼だった。

방풍나물은 시금치보다 덜 질기고 감칠맛보다는 쌉싸래한 끝맛이 뒤에 남았다. 줄기보다는 나물 이파리 부분이 특히 씹을수록 잔잔한 단내가 올라왔다. 매콤한 동태찌개 위에 고명으로 뿌리면 잘 어울릴 나물이었다. 

防風ナムルはほうれん草より柔らかくてうまみというよりほろ苦い後味が残る。茎よりは葉っぱのところが特に噛むほど穏やかな甘さが上がってくる。ピリ辛のタラチゲ鍋に乗せるとよく似合いそうなナムルだ。

분명 처음 먹어본 나물은 아니었는데 그 때마다 당연히 시금치 나물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도 누군가 나를 **'김예림'으로 알고 호명한다면 불쾌해지는데 말이다. 사람과 사물의 이름은 항상 정확하게 숙지할 것. 방풍나물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

確か初めて食べるナムルじゃないのに度毎当たり前のようにほうれん草ナムルと思っていたようだ。私も誰かから‘キムイェリム’と呼び間違えられたら嫌になるのに。人と物の名前はいつも正確に熟知すること。防風ナムルに何だか申し訳ない気持ち。

*여름에 추웠던 지난 2월의 일기를 읽으니 왠지 시원해지는 기분 들지 않나요?

**본명은 예림이 아닌 예린

*夏に寒かった2月の日記を読んで涼しい気持ちになりませんでした?

**本名はイェリムではなくイェリン

2019.02-05

Rinny’s Food Diary V1

“Rinny’s Food Diary” is a secret project since Jan. 1st 2019 by Rinny, the first Carrot Garden creator in 2019.

Sometimes refreshingly and other times mysteriously, warmly and bravely,

Rinny’s diary keeps a tidy record of the day bouncing between being hungry and being full. Here is a sneak preview of 4 stories of them.

캐롯가든 2019년 첫번째 크리에이터 Rinny님의 2019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비밀 프로젝트, “리니의 음식일기”

떄론 상쾌하게 때론 신비롭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용감하게.

배고픔과 배부름 사이를 넘나들며 하루를 담담히 기록한 리니님의 다이어리. 그 중 4편의 이야기를 살짝 공개합니다.

1. In the morning, it’s always good to think about apples. 

아침에는 사과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I woke up out of myself feeling hungry.

배가 고파서 저절로 떠진 눈.

I took out a firm apple from the bag on the recycling bin in balcony. You can’t press your fingers into its flesh. It’s a very solid one. I pulled out an apple cutter from the kitchen compartment and pushed it down on the apple. The apple, once as hard as a tennis ball, cracking open, split into eight pieces.

베란다 분리수거함 위에 놓인 사과 봉지에서 단단한 사과 한 알을 고른다. 이 사과는 손가락에 힘을 줘도 과육이 눌리지 않는다. 알찬 사과 알맹이다. 수납함에서 사과 커터기를 꺼내 위에서부터 사과를 눌러 내렸다. 테니스 공처럼 단단했던 사과가 쫙 갈라지면서 여덟 조각이 되었다.

The newly exposed flesh smells sour just like the delicious apples. Each piece is full of juice. Putting it into the mouth and chewing it up, the flesh and skin mingle together with crunching sounds. Very solid it is. You can’t eat apples against time even in the morning bustle. It takes some time to have this fruit of great self-respect.

커터날에 베인 과육에서 새콤한 사과향이 훅 끼친다. 사과 한 조각마다 과즙이 꽉 갇혀 있다. 입에 넣고 씹으니 아삭 한 소리와 함께 껍질과 속살이 한데 어우러진다. 정말 알찬 사과다. 사과는 아침에 바쁘다고 허겁지겁 빨리 먹지도 못한다. 자존심이 센 이 단단한 과육을 먹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법이다.

Munching it in the morning I try to commit myself to the resolution of a new day.

그러므로 아침에는 단단한 사과 하나를 아작아작 씹으며 이제 막 시작하는 하루의 결의를 다져본다.

A morning apple help your day start calm and easy. Because it takes at least 15 minutes to have an apple, taking it out, rinsing it in a running water, cutting it up, and chewing it. Apples definitely are the best for mornings. Oranges have too thick a skin to peel, and tangerines go better with nights. Pears simply too big, chewing tomatoes not enough to wake you up, and bananas are not refreshing at all for the start of a day.

그러니 아침에 사과를 먹으려면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꺼내서 흐르는 물에 씻고 잘라서 먹기까지는 못해도 15분은 걸리니까. 아침 과일로는 사과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오렌지는 두터운 껍질을 까기가 번거롭고, 귤은 아침보다는 야심한 밤에 더 어울린다. 배 한 개는 너무 크고, 토마토는 씹는 맛이 덜해 잠이 덜 깬다. 바나나 한 개로는 상큼한 아침이 완성되지 않는다.

2. The magic of paprika

파프리카 매직

I bought a bag of paprika on the way back home from work.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파프리카 한 봉지를 샀다.

There were a couple of paprika in the bag. One red, one yellow. They have cool and smooth skins with the pale scent of bell peppers. On days like today, gloomy with fine dust, I usually chew up fresh paprika. It is the vegetable best suited for the expression “chewing up”.

파프리카 한 봉지에는 두 개의 파프리카가 들어있다. 빨갛고 노란 파프리카 껍질은 시원하고 매끈하면서 옅은 피망 냄새가 난다.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몸을 덮어 목은 칼칼하고 눈은 침침한 날에는 싱싱하고 아삭한 파프리카를 씹어 먹는다. 파프리카는 유독 씹어 먹는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채소다.

Some people don’t know how to prepare paprika. Here is the chopping order for paprika: First, put some baking soda on the skin, and rinse it in a running water. Then placing it on the cutting board, trim the top stalk end first, and the bottom one just enough to make it stand on its own.

파프리카를 어떻게 손질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파프리카는 자르는 순서가 있다. 먼저 파프리카 껍질 위에 베이킹 소다를 조금 뿌리고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씻어낸다. 그리고 도마에 올려 파프리카 꼭지를 자른다. 올록볼록한 아랫 꼭지도 파프리카를 세울 정도로만 잘라낸다.

Paprika is not solid. It has a hollow inside. In the center there is a large ball of seeds as big as a half of your fist. Scrape out the seeds and cut the paprika on one side using the tip of the knife. The bumpy shape of the paprika now gets flattened like a rectangular paper. Putting aside the scraped seeds, chop up the paprika paper vertically to make paprika strips.

파프리카는 알찬 채소는 아니다. 파프리카는 속이 텅 비었다. 텅 빈 속의 중앙엔 주먹의 절반만한 씨앗이 뭉텅이채 매달려 있다. 이 씨앗은 칼로 슥 긁어서 떨군 다음 파프리카의 한쪽 면을 칼끝을 이용해 자른다. 처음에 올록볼록했던 채소는 납작한 직사각형의 도화지가 되어있다. 씨앗 뭉텅이는 도마 구석으로 몰아내고 파프리카 도화지를 탁탁 세로 썰기 하면 파프리카 채를 먹을 수 있다.

Yellow paprika strips and some red cherry tomatoes on top of the microgreens, sprinkled with citron dressing, makes a wonderful salad for spring. Repeating the word “paprika” several times while chewing up the paprika strips will bring to you the strange feeling of liberation. That’s the magic of paprika. 

노란 파프리카 채와 빨간 방울 토마토 몇 알을 새싹 채소 위에 올리고 유자 드레싱을 두르면 봄맞이 샐러드의 완성. 파프리카 채를 아삭아삭 씹으면서 파프리카 파프리카 몇 번씩 읊조리면 무언가 탁 트이는 기분도 드는데 이건 순전히 파프리카 매직이다.

3. The feeding hugs

배부른 포옹

After work, I had to drop by a Daiso store. But I was so hungry that I was hesitating for the moment. And that’s when I heard someone yelling my name, “Hey you! Kim Ye Rin!”

퇴근 길에 다이소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다이소까지 걸어가는 길에 허기가 다리를 덮쳐 그냥 집에 갈까 주저하는 사이 "야, 김예린!" 나를 부르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

It is not unusual on Gangnam Boulevard you bump into someone you haven’t heard from for a while. I said hi to her also calling her by name. She held me tight in a warm embrace with a scent of lilac coming up from her padded coat.

강남대로에선 때때로 한동안 못 보던 얼굴을 마주치는 날들이 있다. 나도 내 이름을 부른 그 언니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했는데 언니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언니가 입은 패딩 코트에서 라일락 향이 올라와 품에 안겼다.

How have you been? It’s been quite a while. Where do you work? Mine is around here. Yours too? I was on my way home. Take good care and live well.

잘 지냈어? 너무 오랜만이다. 어디서 일해? 나는 이 근처. 너도? 집에 가는 길이야. 조심히 들어가. 잘 살아.

Neither of us said “Let’s get together some time.” That’s how we respect each other. It’s superficial and meaningless to give a word that you’ll never be able to keep, because the time for us getting together will never come. When we come across, a warm hug and wishing each other a good life would be just fine.

누구도 먼저 ‘언제 밥 한번 먹자’ 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다. 이런 겉치레를 위해 내뱉는 말, 지켜지지 않는 말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밥 한 번 먹자는 그 때는 오지 않는다. 이렇게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 때 서로 따스하게 포옹하고 잘 살아가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At the accidental encounter, I’ve forgot how hungry I was. I tidied up my muffler disheveled by her, and resumed my way back home. I would love to come across people from the past, have a few words in warm embraces, and part again to keep walking on my own.

우연한 만남에 잠시 배고픔을 잊었다. 갑작스런 포옹으로 흐트러졌던 목도리를 다시 정돈한 뒤 가던 길을 걸었다. 연락은 안 하지만 가끔 생각나는 얼굴들을 이렇게 길에서 마주치고, 포옹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 주고, 다시 헤어지고, 서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Do not forget to drop by the Daiso.

잊지 않고 다이소에 들러야지. 

4. Would you want some oatmeal?

오트밀, 함께 먹어볼래요? 

For my daily life, I need a wider variety of fresh food.

나의 일상엔 조금 더 다양하고,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음식이 필요하다.

I’m not talking about going to fine dining restaurants for exotic dishes. I want to have something that’s not available to me ordinarily. Not just white rice but Koshihikari rice, not tangerines but kumquats. I want to improve on my taste.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가거나 이국적인 음식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평소에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나 식재료를 먹어보고 싶었다. 그냥 쌀이 아니라 고시히카리쌀, 귤 말고 금귤 같은 음식을 꾸준히 먹어보며 입맛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다.

I can tell the range of my taste by looking around the vegetable section of the market. I’m quite familiar with lettuce, paprika, broccoli and kale. Not much with root crops such as Chinese yam and burdock, and not at all with red beet and chicory.

마트의 채소 코너만 둘러봐도 내 입맛의 범위를 확인해볼 수 있는데 상추, 파프리카, 브로콜리와 케일은 익숙한 식재료지만 마나 우엉 같은 뿌리 채소는 낯설고, 적근대와 치커리와도 썩 친하지는 않다.

In the fruit section, I always get a bag of apples whenever I see them. But never once the figs unless they are dried. With the freeze-dried shrimp cocktail, I make fried rice from time to time, but never figured how to do with a package of a whole octopus.

이번에는 과일 코너. 사과 봉지는 장을 볼 때마다 집어 들지만 말린 무화과가 아닌 생 무화과는 단 한 번도 직접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해산물도 냉동 칵테일 새우는 프라이팬에 홀홀 부어 남은 찬밥에 야채랑 볶아 먹지만 통문어가 담긴 포장 팩은 사오더라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The same with such grains with beautiful names as quinoa, hempseed and couscous. This time, however, I bought some oatmeal to make an oatmeal porridge with Almond Breeze. 1 kg of oatmeal sitting next to me, I watched YouTube carefully.

퀴노아, 햄프씨드, 쿠스쿠스 같은 이름 예쁜 곡물류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번에는 마트 장바구니에 오트밀을 집어왔다. 집에 사둔 아몬드브리즈와 오트밀 포리지를 먹어 봐야지 하는 마음에 오트밀 1kg을 사와서 유튜브를 정독했다.

Five spoons of oatmeal with Almond Breeze in the bowl, and heat it up in the microwave for 2 minutes. Then you will have an oatmeal porridge boiling like steamed eggs. With some light nuggets of walnut on top of the steaming porridge, it would make a warm, substantial breakfast perfect for you. Making an oatmeal porridge is as easy as making instant noodles.

보울 그릇에 오트밀 다섯 스푼을 담아 아몬드브리즈를 붓고, 전자레인지에 2분 넘게 데우니 오트밀 포리지가 계란찜마냥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포리지에 호두 분태를 살짝 뿌리고 한 숟가락 떠먹어보았더니 따뜻하고 든든한 제대로 된 한끼 식사였다. 오트밀 포리지는 라면 만들기보다 쉬웠다.

I believe if you get familiar with the food, you’ll better understand the place, the people and their stories to which it belongs.

입맛이 조금씩 넓어지면 다른 음식, 그 음식이 속한 곳의 사람들과 이야기에도 더 잘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소소한 기대감.

Jan.1-31, 2019

Rinny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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